돈 버는 직장인들도 마음 편히 외식하기 부담스러운 세상이 됐습니다. 만원짜리 한 장으로도 서민 음식의 대명사로 여겨진 국밥 한 그릇 먹기 여의치 않을 만큼, 요즘 물가는 그야말로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입니다.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은 더 힘듭니다. 연초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의 구내식당 메뉴 가격이 일제히 1000원 이상 오르며 5000원 미만을 찾기 어렵다고 합니다. 노량진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의 ‘소울푸드’로 불렸던 컵밥마저 연초 3000원에서 3500원으로 가격을 올린 마당입니다.
최근 편의점 CU가 내놓은 이른바 ‘백종원 도시락’이 새삼 이목을 끈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CU가 지난 12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의기투합’해 내놓은 청양 어묵 덮밥과 소시지 김치 덮밥은 단 2900원이라는 가격으로 관심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기준 편의점 도시락 평균 가격은 4500원으로 일반 음식점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2000원대는 이 도시락들뿐입니다. CU를 기준으로 2000원대 도시락은 약 3년만에 처음으로 출시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해당 도시락 출시를 접한 소비자들 간 설왕설래는 없지 않습니다. 어떤 이들은 ‘2000원대라며 가격은 2900원. 3000원대라고 해야지’라거나, ‘맛을 떠나 양이 너무 적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입니다.
냉혹한 평가에 나름 일리는 있습니다. 통상 편의점 도시락 중량은 400g 정도로, 덮밥류라고 하더라도 ‘떡갈비’와 같은 메인 반찬이 함께 포함되기 마련이지만, 이 도시락 중량은 280g으로 다소 양이 적고 메인 반찬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치솟는 물가에 소비자는 물론 기업들도 쉽지 않은 경영환경에 놓인 현재, 각고의 노력으로 가성비 제품을 선보이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려는 노력은 분명 박수 받을 만한 일로 보입니다. ‘좋은 음식, 착한 가격으로 직장인, 학생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 ‘힘든 시기에 이런 시도 자체가 고마울 따름’이라고 반색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입니다.
실제로 “연초부터 지속되고 있는 물가 인상으로 큰 부담을 느낄 학생들을 위해 기획했다”는 그 취지에 따라, CU는 최대한 가격을 낮추면서도 양질의 도시락을 선보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습니다.
이번 도시락 담당 MD는 “덮밥 형태로 구성해 제조공정을 최적화했으며 쌀, 김치, 소시지 등 사용량이 많은 원재료를 활용해 가격을 낮췄다”며 “또 제철 원재료 활용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소시지 김치 덮밥의 경우 레시피에 양파가 들어가는데 최근 과생산으로 인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의 소비도 촉진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번 도시락은 애초 백 대표가 먼저 아이디어를 내 CU에 제안을 해 선보이게 됐다고 합니다. 백 대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도시락이 출시되기까지 꾸준히 큰 관심을 쏟아부었다는 전언입니다. 구체적인 기획 배경과 공을 들인 부분을 듣고자 CU와 더본코리아를 통해 입장을 물었지만, 도시락보다 자신이 부각되는 것을 꺼리는 듯 “소비자들을 위해 가성비 높은 상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는 답변만이 돌아왔습니다.
가성비 제품으로는 편의점 업계에선 이마트24의 활약이 도드라집니다. 이마트24는 2800원대 참치김치볶음 미니덮밥과 스팸김치볶음 미니덮밥을 판매 중입니다.
이와 함께 지난 2019년 3월 당시 최저가격인 390원 민생봉지라면을 시작으로 민생 시리즈 40여종을 확대·운영 중입니다.
다른 편의점 GS25도 지난달 28일 ‘실속 시리즈’를 선보이고, 직장인들과 학생들의 한끼 식사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에 나섰습니다. 이번 시리즈의 첫 제품으로는 지름 6㎝ 크기의 실속정통왕김밥(2000원), 지름 6㎝ 크기에 삼겹살을 더한 실속삼겹왕김밥(2700원), 스팸참치김밥과 매콤참치김밥으로 구성된 실속커플SET김밥(3500원)으로 앞선 CU와 동일한 취지에서 기획·선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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