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사는 신아무개(38)씨는 얼마 전 쿠팡에서 샤워타월을 구매하려다 깜짝 놀랐습니다.
어떤 상품으로 주문할지 고민하다 옆에 있던 아내에게 링크를 보냈는데, 같은 상품임에도 아내의 가격이 훨씬 쌌습니다.

신씨는 “내 아이디로 구매할 때 6000원대인 상품이 아내에겐 3000원대로 거의 절반 가격이더라”며 “나는 일주일에 2~3회씩 주문하는 충성고객이고 아내는 쿠팡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데, 내 구매가가 더 비싼 게 말이 되느냐. 지금까지 이런 사실을 모르고 호구 노릇을 한 것 같아 어이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쿠팡이 같은 상품을 두고도 회원마다 서로 다른 가격을 적용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쿠팡 쪽은 판매율을 높이기 위한 ‘프로모션’의 일종이라는 설명이지만, 사전 고지도 없이 충성고객에게 더 비싼 가격을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습니다.
신씨뿐만이 아닙니다. 일산에 사는 조아무개(40)씨 역시 회사 동료와 쿠팡 가격 비교를 하다가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로켓배송 유료회원인 조씨보다 회원이 아닌 친구가 다양한 품목에서 더 싼 값을 적용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조씨는 “화가 나서 고객센터에 문의했더니 ‘지역 차이 때문인 것 같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더라”며 “사는 곳은 달라도 회사 동료라 회사로 택배를 받는데 지역 차이를 운운하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맘 카페 등에도 신씨와 조씨 같은 경험을 한 쿠팡 고객들의 불만이 넘쳐나지만, 쿠팡 쪽이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했다는 후기는 없습니다.

이커머스 업계에선 쿠팡의 이런 가격 시스템을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다이내믹 프라이싱’(제품·서비스 가격을 유동적으로 바꾸는 전략)이라고 설명합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실시간 시장 상황, 즉 경쟁자의 가격이나 날씨, 수요 및 공급 등의 조건에 따라 상품 가격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정책입니다.
국외에서는 아마존·우버 등이 대표적으로 다이내믹 프라이싱 정책을 적용 중이고, 국내에서는 쿠팡이나 카카오를 비롯해 주로 이커머스 기업이 시행 중입니다.
하지만 쿠팡을 제외한 국내 일반 유통업체의 경우, 다른 사이트와 비교해 실시간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수준일 뿐, 같은 상품을 고객별로 다른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쿠팡의 정책은 원래 가격이라면 사지 않았을 고객에게는 값을 낮춰 제품을 사도록 유인하고, 반대로 가격을 올려도 계속해서 제품을 구입하는 ‘레귤러 고객’(단골손님·고정고객)에게는 인상된 가격을 제시하는 ‘퍼스널라이즈드 다이내믹 프로세싱’(개인 맞춤형 변동 가격 정책)인 셈입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업계 관계자는 “개인 맞춤형 가격 정책은 신규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기법으로, 정교하고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된다”며 “국내 업체들은 이런 차별적 가격 정책을 쓰다가는 소비자의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어 적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쿠팡이 아마존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했는데, 개인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적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에 상장한 미국 기업인데다 시장 점유율이 워낙 높다 보니 소비자 눈치를 덜 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모르고 당하는’ 상황에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마켓컬리는 지난해 3월 같은 상품을 고객마다 다른 가격에 판매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습니다.
마켓컬리 쪽은 당시 “물류센터별로 할인가가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사전 설명 없이 차등적 가격을 적용한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미국 아마존은 지난 2000년 매출 신장을 위해 충성도가 높은 고객에겐 더 높은 가격을 적용하고, 구매 이력이 없는 고객에게는 신규고객 유치 차원에서 낮은 금액을 제시하는 방법을 도입했다가 불매운동에 직면하고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가 공식 사과까지 한 바 있습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쿠팡 쪽은 상품 가격은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데, 연령대·성별·구매 빈도 등에 따라 고객 관리 차원에서 발행되는 쿠폰 적용이 서로 달라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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