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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IT)

인앱 결제하면 호구 - 카톡 이모티콘 구독료 앱(6900원) 과 PC(3900원) 금액이 3000원 차이

매일 사용하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한번쯤은 구매해 보셨을겁니다.

그런데 PC 카톡이나 홈페이지에서 사면 스마트폰 카톡 애플리케이션에서 사는 것보다 싸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믿기 어렵다면 지금 바로 확인해 보세요.
PC에선 2000원, 스마트폰 앱에선 2500원 입니다.
혹시 구독형 서비스인 '이모티콘 플러스'를 아이폰으로 쓰고 계신다면 가격차이가 더 납니다.
카톡 앱에선 6900원이고, PC에선 3900원 입니다.

카톡만 이런 게 아닙니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 중인 아이폰 사용자라면 아마 매달 1만4000원을 내고 있을 텐데요. 이 역시 구독료를 1만450원만 낼 수도 있습니다.
복잡한 과정도 필요 없습니다. 그냥 스마트폰이든 컴퓨터든 인터넷에 접속해서 유튜브 홈페이지로 들어가 다시 결제하면 됩니다.

왜 가격이 다른 거냐고요? 바로 '인앱 결제(in-app)'라는 애플과 구글의 결제 시스템 때문입니다.

카톡 이모티콘 구독 서비스인 `이모티콘 플러스`의 신청 페이지

인앱 결제는 말 그대로 앱 안에서 결제가 이뤄지는 것인데요. 스마트폰으로 하는 결제 중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우리가 스마트폰 카카오톡 앱을 실행하고 이모티콘을 구매하는 것도 인앱 결제이고, 유튜브 앱에서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독하는 것도 인앱 결제입니다.

다만 음식을 배달시켜 먹거나 인터넷 쇼핑을 하는 등 실물 상품을 구매할 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이모티콘이나 게임 아이템, 콘텐츠 구독료 같은 디지털 상품을 구매할 때만 해당됩니다.
아무튼 우리가 이모티콘을 구매했다면 이때 앱 개발사인 카카오는 우리한테 받은 결제금액의 일정 비율을 애플이나 구글에 수수료로 내야 합니다.
최고 30%를 내야 하니 만만치 않은 금액인데, 앱 개발사가 수수료를 내는 건 애플과 구글이 앱마켓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앱마켓은 말 그대로 앱을 파는 마켓입니다.
애플은 '앱스토어', 구글은 '플레이스토어'를 만들었습니다. 앱을 내려받을 때 항상 사용합니다.

애플은 2008년에 처음으로 이 앱스토어란 걸 만들었습니다.

그럼 애플은 어떻게 수수료를 받을까요? 직접 만든 결제 시스템을 통해서만 결제를 할 수 있게 만들고, 그중 일부를 수수료로를 떼가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우회 방법을 이용해 수수료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앱을 내려받아 이용하려 해도 앱 안에서 구독료 결제는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거죠. 대신 넷플릭스 홈페이지에 직접 가야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이 방법으로 넷플릭스는 애플에 수수료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 구독 신청 화면

하지만 이런 우회 방식은 사실상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대형 업체만 가능한 '특혜'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영세 업체들이 이런 방법을 쓰면 불이익을 받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애플보다 조금 늦게 앱마켓을 만든 구글은 처음엔 게임 앱을 제외하곤 수수료를 받지 않았습니다.
근데 2020년에 갑자기 앞으로 게임 외에도 수수료를 받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또 넷플릭스처럼 소비자를 앱 외부로 유인해서 결제하게 만들어 수수료를 피하는 방법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때 구글이 제시한 유예기간이 이번 달까지입니다. 4월부터는 무조건 인앱 결제만 하라는 겁니다.

당연히 앱 개발사와 소비자는 반발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앱 개발사 입장에선 당장 이익이 줄어들고, 결국 소비자들의 이용료까지 인상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수수료 논란은 애플까지 확대됐어요. 2020년에 미국의 한 게임회사가 게임 앱에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한 겁니다.

이제 다른 회사에서 만든 카드결제기도 쓴다는 거죠. 이에 애플은 본보기를 보여 주겠다며 해당 게임을 앱스토어에서 퇴출시켰습니다. 게임 회사도 애플에 소송을 걸며 맞대응했죠. 같은 내용으로 구글에 대한 소송도 이어졌습니다.

구글 앱마켓인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마켓 `앱스토어`

논란이 커지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애플이나 구글이 인앱 결제를 강제하지 못하게 아예 법으로 정했습니다.
소위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앱 개발사들의 수수료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 주겠다는 취지로 만들어 졌습니다.

법을 개정해 인앱 결제를 강제하지 못하게 한 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최초 입니다.
최근 이 법의 세부 기준이 마련됐고 지난 15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이 시행됐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구글이 여전히 수수료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법을 개정하자 구글은 한발 물러나 앞으로 결제 방식을 강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수수료는 계속 받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른 회사의 결제 시스템을 쓸 순 있지만 그럴경우 수수료를 조감 낮춰주는 시스템입니다.

수수료를 좀 깎아준다고 해도 앱 개발사 입장에선 오히려 손해일 수 있습니다.
수수료를 두 곳에 내야 합니다. 먼저 구글 수수료를 내고, 다른 회사의 결제 시스템에 수수료를 또 내야 합니다. 이러면 오히려 수수료 총액은 늘어날 수도 있어서 아직까지 대부분의 앱 개발사는 기존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아직 구체적인 방침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구글과 유사한 방식을 사용할 거란 예상이 우세합니다.

사실 이건 구글과 애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카카오와 네이버, 쿠팡, 배달의민족 등 국내 플랫폼 기업도 각자의 사업 분야에서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택시 승차 앱으로, 네이버와 쿠팡은 인터넷 쇼핑몰로, 배달의민족은 배달 앱으로 각각 입점 업체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애플과 구글에 수수료를 내고 있지만, 동시에 수수료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겁니다.

이른바 '잘나가는' 플랫폼 기업들은 대부분 무료 서비스 등을 내세워 시장 지배력을 높인 뒤 조금씩 이용 가격과 수수료를 높여가는 방식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은 이미 시행 전부터 그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구글과 애플의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으로, 실제 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변화가 없는 걸 보면 이런 예상이 어느 정도는 맞아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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